소개
안이립 安彛笠(1990년, 대한민국 서울 출생)은 ‘검증 가능한 바깥’과 ‘온전히 검증할 수 없는 안’이 맞닿는 경계와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표면’을 탐구한다. 여기서 표면은 회화의 물질적 지지체이자, 좌표가 지시하는 지리적 위치이며, 신체와 세계가 서로를 감각하는 접점이다. 이 서로 다른 층위는 회화 안에서 겹쳐지면서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질적인 소재를 한 화면에 재배치하고 형태를 불분명하게 처리해,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서사의 구심력을 약화시켜 왔다. 이미지 사이의 균열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소음은 관람자가 익숙한 서사적 독해에서 벗어나, 관계와 사건이 명확히 규정되기 이전의 불확실한 상태를 마주할 여지를 만든다.
최근《표면좌표》연작에서 이러한 탐구는 작품 제목이라는 언어적 층위로 확장된다. 작가는 실제 장소의 위도와 경도를 작품 제목으로 사용한다. 좌표는 지리적 위치를 특정하지만, 그곳에서의 신체적 경험과 기억까지 담아내지는 못한다. 이 연작은 위치를 특정하는 명확한 정보와 온전히 전달될 수 없는 개인적 경험 사이의 간극에서 출발한다. 한지에 유성 안료가 스며들고 축적되는 과정은 화면에 물질의 흔적과 밀도를 남긴다. 작가는 이러한 축적을 시간과 기억이 겹쳐지는 방식으로 다룬다. 화면의 물질적 밀도와 붓질, 색채의 관계는 장소의 경험을 하나의 명료한 서사로 수렴시키기보다, 서로 다른 감각과 해석이 공존할 여지를 남긴다. 이때 화면의 침묵은 정보의 결핍에 머물지 않고, 무엇이 설명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대에 응답하지 않는 방식의 발언이 된다. 작품은 이미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하려는 관람자의 습관에 균열을 내며, 무엇이 화면의 중심에 놓이고 어떤 요소가 주변으로 밀려나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세종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으로 《True-Blue》(갤러리스펙트럼, 서울, 2021), 《ONE'S LIFETIME》(캔버스 10G45, 서울, 2019), 《SURVIVAL: ISM》(아트와, 서울, 2018)이 있으며, 《Fear : X》(인디아트홀 공, 서울,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4년 제5회 겸재정선 내일의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주한 키프로스 공화국 대사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주요 작품
<37°31'20.16"N 126°58'55.72"E>, 2026, 순지에 유채, 44 × 55 cm